“일터와 삶터에서 하나님 드러내는 ‘킹덤 빌더’ 세워져야”
이대웅 기자
HTM, 창립 10주년 기념 ‘기독교 영성과 삶’ 심포지엄
HTM 심포지엄
헤븐리터치센터(HTM, 대표 손기철 장로) 창립 10주년 기념 제3회 성령과 하나님나라 심포지엄이 ‘기독교 영성과 삶’이라는 주제로 10일 서울 보라매 본부에서 개최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유해룡 교수(장신대)가 ‘영성생활의 발자취’, 송인규 박사(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가 ‘세상을 품는 제자도와 영성’,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가 ‘일의 영성과 일터의 영성’, 손기철 장로가 ‘일상 영성’을 각각 발표했다.
◈기독교적 경험, ‘성서와 교회적 전통’으로 식별돼야
유해룡 교수는 “왜 예수 믿어야 하는가. 옛날에는 ‘천국 가자’고 전하면, 순수했기 때문에 보험 드는 마음으로 믿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살았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천국 가자’고 하면 살 만하기 때문에 ‘너나 가라’고 한다. 그걸 믿고 교회 올 사람이 없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모순은 지극히 내세적이면서 지극히 현세적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하나님 나라를 여기서 맛보고자 갈망하면서 그 길을 쫓아갔던 이들이 2천년 기독교의 영성가들이었다. 수도원의 아버지라는 베네딕토는 수도원을 ‘사랑의 학교’라고 할 정도로 하나님 나라는 이미 여기서 경험되는 것이었다”며 “믿음의 반대말은 ‘믿~씁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 믿어지는 걸 믿으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사랑하라’고 하고 싶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는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대별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데 있어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HTM에서 추구하는 도심 속 하나님 나라는 옛날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에는 하나의 방식”이라며 “시대마다, 사람마다 경험한 방식으로 그 길을 갔는데 핵심은 하나님 나라이고, 그것은 하나님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이것은 맛본 사람들일수록 더욱 갈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그들은 그 갈망 때문에 극단적인 금욕을 실천하거나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공로적이라고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 사랑에 대한 갈망이 원천”이라며 “대표적으로 ‘사막의 교부들’이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 방식은 ‘떠나라, 침묵하라, 기도하라’ 3가지였다. 이들이 사막에 간 이유는 원색적인 마귀를 직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해룡 교수는 “교회사는 사변적 신학작업과 기독교적 경험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 둘이 배타적이거나 갈등적인 관계로 지속되는 한 건전한 영성도, 신학도 존재할 수 없다”며 “기독교 영성을 기독교 실체에 대한 경험이라고 강조할 때, 사실 이 경험이란 대단히 위험스러운 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경험은 성서와 교회적 전통이라는 통제와 식별적 기능을 언제나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HTM 심포지엄
▲유해룡 교수와 송인규 교수(왼쪽부터)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리스도인의 세상 속 사명은
이어 송인규 박사는 “기독교 영성이란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목표와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함으로써 세례 받은 신자로서 선택하는 특정한 방도/길이고, 이러한 목표와 지향점을 앞에 놓고 실제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특정한 방도/길”이라며 “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목표와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성령의 조명을 통해 알게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송 박사는 “‘통전적 영성(holistic spirituality)’이란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 문제점 및 책임 사항들 가운데 상호 관련성을 강조하는 신앙적 안목과 처방”이라며 “통전성은 의미심장한 삶의 요소들, 즉 일과 사랑, 기도와 정치, 성과 사회봉사 등을 공평히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삶 전체를 다루려는 열망이다. 그러므로 통전적 영성은 흔히 말하는 ‘영적’ 영역뿐 아니라 일상적 삶과도 연관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제자훈련 커리큘럼의 최소 3분의 1은 세상에서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물론 이 말은 제자훈련 프로그램에 있어 하나님의 관계나 공동체에서의 관계를 등한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며 “제자도에 있어 그리스도인은 먼저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얽매여선 안 된다(요일 2:15-17)”고 언급했다.
송 박사는 “우리는 세상 속에서 안 믿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바꿔야 한다. ‘마귀의 자식’이라든지 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일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복음을 증거하는 일이 더욱 힘들 것(살전 2:8-10)”이라고 전했다.
송인규 박사는 “예수님은 복음 전도에 다리를 놓기 위해 사람들을 섬긴 것이 아니라, 그저 섬기셨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며 “바울은 불성실과 게으름으로 자기 책임조차 안 하거나 자기 책임만 다하고 입을 닦는 게 아니라, 자기 책임을 다할 뿐 아니라 남을 도왔다(행 20:33-35). 이런 이들만이 봉사와 섬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장에서도 ‘주의 일’을 할 수 있다
방선기 목사는 “주의 일이란 쉽게 말해 주님께서 맡기신 일이다. 우리는 종교적인 일을 주의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경건의 능력을 부인하는 예배는 육신의 일이 된다”며 “직장에서 하는 일은 일상의 일이지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하면서 주께 하듯 한다면 주의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방 목사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주의 일이 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면 그것이 바로 주의 일이 될 수 있다. 일터에서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 의한 고난을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주의 일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뒤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일터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직장에서 이뤄지는 주의 일”이라며 “일의 영성이 무슨 일을 하듯 주께 하는 것이라면, 일터의 영성은 일하는 그곳이 거룩한 곳이 되고, 일하는 시간이 거룩한 시간이 되며, 일을 통해 버는 돈을 거룩한 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선기 목사는 “‘주일은 주님과 함께’라는 말이 좋지만, 그러면 ‘평인은 누구와 함께?’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므로 ‘주일도 주님과 함께’, ‘매일 주님과 함께’라고 해야 한다”며 “일터의 영성은 ‘매일, 항상 주님과 함께’를 실천할 수 있는 장”이라고 덧붙였다.
◈영성훈련이 필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손기철 장로는 “어떤 종교의 가르침이나 교리(정신)대로 살아가는 한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의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모든 종교는 나름대로의 영성을 갖고 있다”며 “다른 종교의 영성과 기독교의 영성이 차이가 있다면, 신의 존재와 의식의 주체와의 관계이다. 신의 가르침대로 신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초월’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영성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장로는 “기독교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연합함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영성으로, 훈련에 의한 점진적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에 의한 즉각적 변화”라며 “이는 자기초월이 아니라 자기부인과 더불어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영성훈련이 아니라 새마음 훈련이 필요하다(요 1:14, 마 1:23, 고전 6:19-20)”고 했다.
그는 “기독교 영성이 신비한 것은 영성훈련을 통해 우리가 자기초월을 경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 안에 그리스도의 영으로 찾아오시고 우리를 통해 역사하심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원래 하나님의 생명 안에서 영적 존재였으나 마귀의 속임으로 육적 존재가 됐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연합함으로써 영적 존재가 됐고, 속사람이 겉사람을 뚫고 내 삶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영성”이라고 전했다.
손 장로는 “우리는 킹덤 빌더(Kingdom Builder)로서 말씀과 성령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함께 변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그리고 하나님의 하루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은 목적이 수단이 되고, 가치와 의미와 만족감을 누리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삶”이라고 정리했다.
손기철 장로는 앞서 인사말에서도 “어느 때보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진정한 자녀성 회복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에 따르는 제자의 삶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이는 단순히 교회 내 신앙생활뿐 아니라 자신의 일터와 삶터에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킹덤빌더가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10주년 기념예배에서 설교한 박종길 목사(온누리교회)는 “기적은 문제에서 시작된다. 문제에서 하나님의 손길이 시작된다”며 “손 박사님이 10년 전 책을 내시면서 받은 비전을 나누셨는데, 지금 돌아보니 다 이뤄졌다. 이처럼 앞으로 10년도 하나님 은혜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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