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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7일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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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철 장로, 위험 있지만 이단은 아니다”

 크리스천투데이 김진영 기자

입력 : 2012.04.07 07:33

기독교학술원 발표회서 장신대 현요한 교수 주장

‘왕의 기도’ 손기철 장로(헤븐리터치 미니스트리)의 사역은 그 화제성 만큼이나 신학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치유’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집회는, 은사와 성령을 강조하는 여느 집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예장 합동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손 장로의 ‘왕의 기도’에 대해 “영적·지적 교류를 삼가며 집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의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현요한 교수는 6일 오후 열린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21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손기철 장로의 치유 사역과 신학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물론 교단적 차원은 아니나 예장 통합 산하 대표적 신학교의 현직 교수가 그의 신학과 사역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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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제21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모든 질병 낫는다는 주장은 지나친 일반화”현 교수는 “손기철 장로에게 지지를 보내는 분들도 있고, 격렬한 비판을 가하는 분들도 있어서 그에 대한 판단에 상당한 혼선이 있다”며 “그의 저서들과 집회 실황영상을 근거로 가능한 한 공정한 입장에서 그의 신학과 사역의 내용들을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우선 현 교수는 손 장로의 신학에 대해 “성령론 중심적이자 은사주의적”이라고 분석했고, 그 사역은 치유를 주 내용으로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치유’ 부분에 있어서 손 장로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고 현 교수는 덧붙였다. 바로 “(질병의) 치유는 하나님의 뜻”이고 “치유받지 못하는 사람은 의심과 불신앙의 사람”이라는 것.

현 교수에 따르면 그럼에도 손 장로 역시 ‘치유받지 못하는 경우’를 인정하는 데,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며 “신비에 속하는 문제”라는 게 손 장로의 주장이다. 여기에 현 교수는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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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요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현 교수는 “(손 장로의 말대로) 그의 치유 집회에 참석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치유를 받고 극히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치유를 받지 못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라며 “아마 현실은 후자 쪽에 가까울 것이다. 손 장로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치유 사역자 존 윔버는 자기가 지도한 사람들 중 정말 완치된 사람은 25%에 불과함을 인정했다. 손 장로의 경우도 면밀히 조사해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더군다나 손 장로가 질병의 치유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신앙을 가진 모든 사람의 질병이 반드시 나아야만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요, 오히려 그 사역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현 교수는 비판했다.

현 교수는 “그는 모든 것을 치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나름대로 의미있고, 그것이 효과를 발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며 “‘왕의 기도’를 하면서 모든 질병이 다 고쳐질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는 치유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죄책감을 안겨 줄 수 있으며, 오히려 치유사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질병을 치유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믿음이 없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라고 물음을 던진 현 교수는 “예수님은 물론 치유를 요청하는 모든 사람들을 고치시고 스스로도 많은 치유를 행하셨지만 그것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에 두신 것 같지는 않다. 치유의 은혜는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지만 치유가 모든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손 장로 사역의 핵심은 다름 아닌 ‘왕의 기도’다. 현 교수에 따르면 이 기도는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그 권세로 질병이나 그것을 가져오는 악령에 대해 물러날 것으로 선포하는 일종의 ‘선포 기도’다. “그런데 이 선포는 자칫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질병을 포함한 고난도 감수해야 하는 우리 몫의 십자가를 도외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게 현 교수의 설명이다.

현 교수는 “그리스도는 모든 죄와 악, 그리고 마귀를 이기고 승리하셨지만 그것은 자기를 내어주고, 십자가에 달려 죽는 희생을 통해 성취된 것”이라며 “때로 하나님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병과 고통이라는 십자가를 통해 더 많은 영적 질병, 교만, 방종을 치유하시고 영적 성숙의 밑거름인 겸손과 인내를 배양하신다”고 강조했다.

 

“신사도운동과는 달라… 교리적으로도 문제 없어”

 

그러나 현 교수는 손 장로의 사역과 ‘신사도운동’을 연결 짓는 것에는 반대했다. 예장 합동측 신학부는 지난 해 손 장로와 관련, “그가 주장하는 치유능력은 신사도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 교수는 “신사도운동은 성령의 충만한 임재를 강조하면서 그 임재를 체험한 사람은 사도적 권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가 하는 예언을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손 장로는 자신이나 자신의 치유사역 스태프들의 사도적 권위를 주장하지도, 사도적 권위로 무슨 예언을 하지도 않는다. 그가 신사도운동 계열의 사람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신이 그 운동을 추종하거나 전파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 교수는 이상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교리적으로 이단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동안 우리가 주변에서 보아 온 부흥사들이나 치유 사역자들에 비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그가 성경의 말씀과 설교를 중요하게 여기고 치유를 목적으로 돈을 강요하거나, 자신을 신격화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아울러 현 교수는 “전통적인 교회와 신학자들이 그를 정죄할 것이 아니라 전문적 신학 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게 적절한 권면과 충고를 제공해 그가 보다 균형 잡힌 치유사역을 하도록 돕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도 현 교수와 입장을 같이하며 “한국교회가 (손 장로의) 치유사역을 비판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를 격려하고 선의의 충고와 권면으로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그의 사역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손 장로도 항상 자신을 반성하며 사역이 커질수록 자신을 더욱 성찰해 겸손한 마음으로 공교회에 덕을 끼치는 사역자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